로시니의 ‘오리 백작’은 프랑스 전래 민화에서 소재를 취한 희극 오페라다.
13세기초. 남자들은 모두 십자군에 출전하고 마을에는 여자들만 남아있는 가운데,
성주의 여동생 아델을 사랑하는 오리 백작은
현명한 은둔자 처럼 행세하며 마을 여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여자들을 희롱한다.
아델은 평생 남자 없이 미망인으로 살기로 맹세한 상태.
그런데 오페라를 보다 보니 미망인으로 살기로 맹세한 것 보다는
누군가 자신을 보쌈해 주기를 바라는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아델을 얻기 위해 오리 백작은 현명한 은둔자 행세를 하며 그녀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기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이 장면들은 이 희극 오페라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희번득거리는 표정으로 아델을 바라보고
그녀의 손과 몸을 어루만지는지 객석에서도 킥킥 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페라는 대형 극장에서 상연되는 장르라 어떤 자리에 앉아도 등장인물들의 모든 제스츄어나
표정 연기를 한꺼번에 주시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영상물로 관람하는 오페라는 카메라가
보여주는 각도 내에서만 인물과 장면을 보게되는데 평소에는 그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작품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희극답게 다양하고 화려한 의상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성 안 아가씨들의 아름다운 드레스와 모자,
여자들만 있는 성 안의 사우나 장면에서는 에로틱하고 유혹적인 자태의 스타킹과 레이스,
그리고 잠자리 날개같은 속옷이 등장한다.
오리 백작이 아니더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변장을 하고 그 안에 들어가 보고 싶겠다
현명한 은둔자 행세를 하는 오리 백작은 마음의 병을 털어놓은 아델에게
그녀의 병이 바로 사랑을 거부해서라고 이야기 해주고
아델은 그럼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백작의 하인 이졸리에를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깜짝 놀란 오리 백작은 이졸리에를 믿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서 든 의문 하나.
그 당시 프랑스에서는 귀족 가문의 여인이 하인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오리 백작이 은둔자 행세를 하며 마을 아가씨들을 꼬시러 다닐 때부터
그가 오리 백작이 아닐까 의심했던 가정교사는 아델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오리 백작의
정체를 폭로하고 아델은 오리 백작에게 화를 내고 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나 아델을 포기할 수 없는 오리 백작은 원래 이졸리에가 계획했던 대로
수녀로 변장하고 성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자신의 기사들과 수녀로 변장하여 성 안으로 잠입하는데 성공한 오리 백작은
아델에게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이졸리에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리 백작은 밤에 몰래 아델의 침대를 습격하는데..
어둠 속에서 서로를 만지는 세 사람의 쓰리썸에 포복절도했다.
어쩌면 이렇게 손과 발이 의도적으로 따로 노는지 신기할 정도.
2005년 토니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연출가 바틀렛 셰어는
코미디 프랑세즈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플랫폼 무대를 설치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 미술가가 직접 무대를 꾸미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중세 시대의 옷을 입은 무표정한 중늙은이 한 사람이 기계를 돌려 샹들리에를
천장으로 끌어올리고 천둥 소리를 내는 판을 들고 무대를 가로지르며
번개가 치는 장면에서는 한쪽 구석에서 납땜 같은 것을 하며 효과를 준다.
앙상블들은 등장할 때마다 자신이 맡은 소도구를 들고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데
나무를 안고 들어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꽂는 등 웃기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백미는 이 침대 씬.
정염에 불타는 세 연인들이 소리 높여 아리아를 부르며 서로의 몸을 더듬어대고
키스를 하는데 한쪽 구석에서 예의 그 중늙은이가 프랑켄슈타인 같은 모습으로 끼익
거리며 침대를 관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세우고 있다.
와하하하하하~~
아리아가 끝나면 다시 침대를 눞힌다.
켈켈켈켈켈~~
처음에는 무대 위에 성도 없고, 호수도 없고, 화려한 성 안의 침실도 없어
이게 뭥미? 했는데 이 오페라의 대박 재미는 바로 이 연출 기법에 있었다.
몰리에르의 희곡이나 Farce에 잘 어울리는데 왜 그 동안에는 본 기억이 없을까?
앞으로 자주 연극 무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쟁에 나갔던 남자들이 돌아오고 오리 백작은 줄행랑을 치며 아델과 이졸리에는
키스를 하고 막이 내린다. 희극이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오리 백작은 조금 불쌍하기도.
ㅋㅋㅋ
세 명의 뛰어난 벨칸토 오페라 가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주 상연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한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의 목소리는 정말 맑고 편안해서 졸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고
밤을 꼬박 새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 본 후 오페라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하여 공연했음에도
매끄러운 목소리와 풍부한 표정 연기로 나를 사로 잡았다.
가죽바지와 무릎까지 오는 부츠가 멋지게 어울리는 조이스 디도나토는
남자역을 너무도 근사하게 해주었고 소프라노에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소프라노를
압도하는 메조 소프라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아델은 강하고 정숙한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여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을 연기하고 노래하여 벨칸토 오페라 스타들이 뭉친 로시니의 걸작 오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연기와 노래를 들려 주었다.
원래 비극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잘 짜맞춰진 희극은 비극보다 더 좋다.
(글 : 네이버 블러그에서 발췌)
Gioacchino Rossini
LE COMTE ORY
Count Ory - Juan Diego Flórez
Countess Adèle - Diana Damrau
Isolier - Joyce DiDonato
Raimbaud - Stéphane Degout
Tutor - Michele Pertusi
Alice - Monica Yunus
Ragonde - Susanne Resmark
Courtier - Tony Stevenson
Courtier - Tyler Simpson
Prompter - Rob Besserer
Conductor: Maurizio Benini
Metropolitan Opera House
April 9, 2011 Matinee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1)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2)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3)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4)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5)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6)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7)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8)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9)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10)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11)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12)
Rossini: LE COMTE ORY (Excerpts 13)
출처 : 심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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